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2021.01.24 <운디네>

오랜만에 한국영상자료원에 갔다. 그 곳에서 독일영화 <운디네>를 보았다.

도시 개발 전문 역사학자로 일하는 운디네는 직장 옆 카페에서 남자친구 요하네스를 만났고, 실연당한다. 일을 마치고 요하네스가 카페에 아직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돌아간다. 하지만 이미 요하네스는 떠난 뒤였고, 대신 산업 잠수사 크리스토프를 만난다. 곧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어느날 운디네와 크리스토프가 산책을 하는데 요하네스 커플가 그 옆을 지나갔고, 운디네와 요하네스는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다음날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다.

 


푸케의 동명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인 듯하다. 운디네는 유럽신화에서 물의 정령이다. 소설 속에서 운디네를 욕보이면 목숨이 끊어지는 물귀신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이 영화에서도 이 요소를 적극 활용한다. 떠난 남자친구와 현재 남자친구도 운디네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크게 화를 당한다.

 


이야기 플롯은 운디네 신화를 큰 중심으로 하지만 대사에서는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역사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베를린이라는 장소가 원래 습지였으며 프로이센이 독일을 통일하고 이곳에 베를린 궁이 건설하면서 새로운 독일제국의 수도가 되었다고 한다. 베를린 궁은 전쟁 중 일부가 무너졌지만 전쟁이 끝난 후 동독의 공산주의자들이 완전히 무너트렸다고 한다. 그리고 통일 후에는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다시 재건립되었다고 한다. 붕괴와 재건립이 반복되는 베를린 시의 역사와 운디네 신화를 연결하려는 시도는 아마 실연과 로맨스의 시작의 반복을 은유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돌아오는 금요일 4시에 한 번 더 상영한다. 작년 12월 24일에 개봉한 신작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놓치지 않길 바란다. 관람료는 무료다.

 

(200자 원고지 : 4.7장)